1. [1]
자세 교정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 있다. 그녀는 TV에서 건강관
련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TV에서는 잘 빠진 몸매를 가진 강
사가 힙업(hip-up)에 효과적인 운동이라며 브릿징
(bridging) 동작을 선보인다. 그녀는 강사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해본다. 똑바로 누워서 무릎을 세워 두 발로 지지하고 골
반과 몸통을 바닥에서 들어 올린다. 그런데 엉덩이에 별로 힘
이 들어가지 않는다. 되려 허리쪽 근육과 허벅지 뒤쪽 근육에
만 힘이 잔뜩 들어간다. TV 속 강사랑 똑같이 했는데 뭘 잘못
한 걸까?
어떤 운동이나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그 운동의 본래 목적에 도달하기는커녕 되려 몸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움직임은 말로 설명이 되지 않을 뿐더러 잘 전달되
지도 않는다. 큰 움직임들은 인지적으로 이해가 쉬운 것처럼
보인다. 금방 따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움직임의 폼
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 해보면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체형교정이나 재활을 위한 운동은 목표로 하는 부위가
정확하고 국소적이며 그 시행 방법도 매우 디테일하다. 또 강
도 조절과 주변 관절 및 근육들과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하여
하는 움직임이 많으므로 겉모습만 보고 따라 해서는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CLT (coordinative locomotor training)는 협응적이고 기능
적인 움직임의 기본 패턴들을 사용하여 몸의 움직임을 협응
적인 형태로 연습시키는 운동 방법이자 치료법이다. 독립적
움직임이 가능한 몸 분절들의 움직임을 홀리스틱(holistic/
global) 관점에서 협응시키고, 목적에 따라 그 패턴들을 결합
하고 조합하여 협응적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운동법이다. 치
료 접근법으로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몸 전체를 부분으
로 나눌 수 있지만, 부분만을 분리하여 따로 치료하지 않는
다. 문제가 있는 부분을 항상 전체에 통합하여 적절한 움직임
에 필요한 요소들을 갖춰나간다. CLT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협응 패턴이 스프린터(Sprinter)와 스케이터(Skater) 패턴이
다(그림 1).
우연히 CLT 관련 강의를 듣게 되었다. 무척 매력적인 운동 방
법으로 다가왔다. 강의를 들은 후 센터에서 기본적 움직임을
몸으로 연습하며 느낀 것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트레이닝
에 접목해본 경험을 결합하여 CLT에 관해 느낀 점을 정리해
본다.
왜 CLT인가?
첫째, CLT는 자동적이고 통합적이다. 움직임은 암묵적 혹은
절차적 지식이다. 말과 글의 묘사로 전달되는 정보가 아니라
는 의미이다. 이글 도입부에서 거론한 사례에서처럼, 움직임
이라는 것은 그 특성상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또 말로 전달
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보와 지식을 몸에 전달하는
것은 어렵다. 역으로 몸으로 보여주기는 쉬운데 말과 글로 설
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코어 근육
활성을 위한 브레이싱(bracing)을 만들기 위해 드로우-인 매
뉴버(Draw-in maneuver)를 누군가에게 적용한다고 생각해
보자. 가르치는 사람은 매우 많은 정보를 말로 설명한다. 많
은 정보를 인지적으로 설명하려고 시도 한다. 더욱 중요한 것
은 그렇게 알게 된, 느끼게 된 분절의 특이적 움직임과 느낌이
자동으로 전체 패턴으로 통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CLT에서 사용하는 기본적 협응 패턴을 다양한 자세에서 하다
보면 부분적 움직임들이 자동으로 통합된다(그림 2). 호흡이
나 코어의 움직임까지 말이다. 그렇다고 디테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협응적 패턴이 익혀지면 국소 분절의 움
직임은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또 통합시키기도 쉬워진
다. 또 드로우-인 매뉴버나 브레이싱(bracing)의 안정화 전략
이 국소적 접근방식이라면 스프린터/스케이터 패턴을 이용한
운동은 몸 전체를 동원하는 움직임 패턴 그 자체이기 때문에
더욱 더 큰 틀에서 몸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통합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둘째, CLT는 몸통의 안정성과 그에 기반을 둔 통제된 움직임
을 도모한다. CLT에서는 복사근(oblique muscle)을 중요하
게 여긴다. 인체의 모든 움직임은 3차원적으로 일어나는데
몸통도 예외는 아니다. 팔다리의 가벼운 움직임에도 몸통
(trunk)은 회전(rotation)된다. 몸통의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CLT사용기
현대산 (파프짐 트레이너)
때로는 당신이 이해하지
못할 때 더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Malcolm
Forbes)
2. [2]
그렇다고 몸통이 사지의 움직임 시에 벽돌로 만든 사각 틀처
럼 고정된 것은 아니다. 팔다리의 움직임과 움직임 수행의 목
적에 따라 함께 움직여 주어야 한다. 다행히 이때 필요한 몸통
의 움직임 범위는 크지 않다. 안정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움직
여야 하므로 약간의 회전이 동반된다. CLT에서는 이 몸통의
회전과 안정성 요소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요소를 갖
추어줄 핵심 해결책으로 복사근 시스템에 주목한다.
CLT에서 강조하는 시큐어리티 라인(security line) 개념은 몸
통의 안정성과 그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몸통의 절제된/통제
된 회전을 만들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몸통의 절제된 회
전은 안쪽 코어(inner core)보다는 바깥 코어(outer core)의
역할이 중요하다. 안쪽 코어는 안정성을 확보해주어야 하고,
바깥 코어가 절제된 회전을 담당해야 한다. 그중 의식적으로
조절하기 쉬운 근육이 바로 복사근 시스템이다. 턱끝 당기기
(Chin-in)를 시작으로 올바른 협응적 자세-스프린터/스케이
터-를 취하면 앞쪽 복사근 시스템(anterior oblique system)
이 활성화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온몸의 협응 적 구조
를 이룬 상태에서 말이다.
셋째, CLT는 다양한 자세에서 운동할 수 있다. 코어는 인체
모든 움직임의 필수 요소이다. 그런데 코어는 다양한 요인에
특이적이라고 생각된다. 코어는 상황 특이적이며, 자세 특이
적이고, 과제 특이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플랭
크(plank) 자세를 통해 코어 훈련을 했다면 이 자세에서는 강
하다. 그러나 사이드 프랭크 자세로 그 훈련의 효과가 자동으
로 이어지지 않는다. 훈련 자세에서의 코어는 강하지만, 다른
자세에서는 머리카락 잘린 삼손마냥 ‘픽픽’ 쓰러진다. CLT는
다양한 자세를 거치며 협응적 패턴을 연습한다. 주로 운동발
달학적 자세들을 거치면서 협응적 패턴의 폼을 완성해나가는
데, 주어지는 체중부하나 중력의 영향을 조절하여 운동의 난
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약한 링크(weak link)
를 찾아서 보강할 수 있고, 또 그에 따른 예상되는 부상을 예
방하기 위한 운동도 할 수 있다.
넷째, CLT의 안정성 강조는 코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CLT 강
의 때 이문규 선생님은 이것이 다른 안정성 훈련보다 CLT가
가지는 장점이라고 하였다. 스프린터는 주로 몸통의 앞쪽 시
큐리티(몸 전방 안정성)를 강조하고 스케이터는 뒤쪽 시큐리
티를 강조한다. 그렇다고 각 패턴 시에 다른 몸통 부분의 무방
비 상태를 방관하지 않는다. 즉 스프린터 패턴을 할 때는 앞쪽
안정성이 강조되지만, 뒤쪽 안정성까지 확보한 상태로 만들
고 사지의 움직임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안정성은 코어가 이
름 그대로 핵심이지만 실제 운동 또
는 과제 수행 시에는 다른 위상성
(phasic) 근육들로 강화된다. 그렇듯
CLT에서는 몸통의 어느 쪽이든 무방비
상태로 허술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빈
틈없고 쉴 틈없는 CLT.)
좀 더 세부적인 설명을 곁들이자면, 스프린터 시에 앞쪽 시큐
리티를 책임지는 부분은 골반의 앞쪽 올림과 견갑골의 압쪽
올림 요소이다. 팔다리로 확장하여 추가하자면 스프린터 동
작의 올라간 다리의 내전(adduction) 요소와 올린쪽 팔의 내
전 요소가 바로 앞쪽 시큐리티 라인의 핵심적 부분이다. 즉 이
요소들을 통해 앞쪽 시큐리티가 확보된다. 동시에, 반대 다리
골반의 뒤쪽 내림 요소와 역시 반대 팔의 뒤쪽 내림 요소로 의
해 몸통의 뒤쪽 시큐리티가 확보된다.
다섯째, CLT는 로코모션(locomotion)의 협응적 시너지 그
자체이다. 인간이 일생에서 가장 많이 하는 동작을 말하자면
바로 로코모션 동작들일 것이다. 로코모션은 인간의 움직임
활동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팔의 원위부 만을 사용하는 손
조작 운동 기술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로코모션 동작에 포함
된다. 그래서 CLT는 인간의 협응적 동작 중 로코모션 동작들
에 주목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적 협응 동작이
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가 몸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운동을 한다면 그
자체가 바로 로코모션의 협응 동작을 사용하는 또는 포함하
는 움직임들이다. 걷기가 그렇고, 수영, 테니스, 자전거, 등산,
클라이밍 등 많은 활동이 바로 로코모션 동작에 속한다. 따라
CLT
Coordinative Locomotor training
The
whole part is
greater than the
sum of its
parts.
그림 1. 스프린터와 스케이터 패턴
3. [3]
서 로코모션은 인간 움직임의 협응동작 시스템을 지켜주고
유지하는 자가 발전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로코모션에 사
용되는 많은 신체활동이 인간이 조화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자가 엔진이라고 생각한다.
나가며...
CLT는 기능적 움직임을 협응적 구조라고 표현한다. 다시 이
것은 기능적 근육 시너지(funtional muscle synergy)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른 문제가 아닌 인간의 로코
모션과 관련된 협응적 움직임을 복구시켜주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특정한 동작 움직임을 어렵게 가져다 쓸 이유가 있겠는
가! (특정 분절의 생리적 기능을 강화하거나 복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쓸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의 기본적 움직
임 패턴(fundamental movement pattern)을 갖추어 주려
고 혹은 복구시켜주기 위해 굳이 다른 특정한 움직임 조합을
가져다 쓸 이유가 있느냐는 말이다. 기능적 움직임이란 바로
우리가 실제 사용하는 그 움직임에 다름 아니다. Gray Cook
이 기본적 움직임 패턴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
서이지 않겠나.
움직임 전문가들은 움직임을 분석하고 쪼개서 문제가 되는
핵심 부분을 찾는다. 흔히 약한 링크 또는 핵심 링크(weak
link, key link)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여기서 기본 전제는 연
결이다. 링크는 연결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움직임을 분석한
다는 말이 움직임을 쪼개어 분석할 때처럼 훈련을 시킬 때도
쪼개어 훈련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움직임 전문가들은 움직
임을 쪼개어 분석할 줄도 알아야 하고 다시 통합시켜 줄 수도
있어야 한다. 요즘 전자는 매우 강조되는 반면 후자는 관심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관한 다양한 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CLT가 이런 부분에서 아주 좋은 도구
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느낀다.
CLT
Coordinative Locomotor training
이 글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이문규 선생님이 주최하는 #CLT÷+ Project #5 강의에 참석 한 후, CLT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하고 체험했던 개인적 체험을 적은 글입니다.
그림 2. 파프짐 센터에서 고객들 프로그램에 CLT를 적용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