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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의 30년 후’
-53기 대구∙경북 되살림터 이화
랑-

우리가 사는 지구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에 점점 황폐해져만 가고 있었다.
부의 편중은 기아와 빈곤을 심화시키고 있었으며, 이 세상을 바라보며 뭔가
잘못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세상이 살기 좋아
지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름다운가게는 이런 현실
가운데 ‘모두가 함께하는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라는 미션을 가
지고, 세상 속에서 작지만 꿋꿋한 외침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창립 12년
인 2014년 기준 300억 매출에 전국 100여개의 점포, 40억을 배분한 NPO계의
삼성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영향력이 있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아름다운가게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아름다운가게의 설립자로 알려진 박원순 서울 시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염두에

둔 여당의 아름다운가게에 대한 정치적 색깔 공세, 아름다운가게 매장의
판매량에 비해 기증물품의 입고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된 기증품 부족
문제와 전체적인 제품의 질 저하 문제 등으로 아름다운 가게의 매출액은 감소
하기 시작했다. 사회공헌팀과 후원개발팀의 헌신적인 노력과 공익상품의 의존
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지만 7할 이상 매장에 의존하는 구
조, 또 부정적 여론조성으로 인해 결국 아름다운가게는 2025년 기준 100억 매
출에 전국 50여개의 점포, 10억만을 배분할 정도로 추락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
이 관심을 가졌고 큰 발전이 있었던 기업이었으나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다운가게도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을 향한 작지만 아름다운 외침
이 이대로 사그라지고 말 것인가. 아름다운가게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듯 보
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기적은 일어났다. 자원고갈과 여러 가지 환경 문제는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이미 나타나고 있었으며 더 큰 어려움은 예견됐었지만 2020
년이 지나면서 이런 문제는 아주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전 세계의 석유
가 40년 후인 2060년이 되면 모두 고갈된다는 극비정보가 노출된 것이다. 전
세계인들은 이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심각한 차원의 범
지구적인 자원고갈 예고로 인해 전 세계가 현 상황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름다운가게의 가치가 새로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2000년
대 초반 순환을 통해 세상의 생명을 연장한다는 ‘되살림정신’의 운동철학을 가
지고 있던 아름다운가게를 진정 미래를 생각한 선구자적인 기업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기증의 가치에 크게 눈뜨면서 기증물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며, 이는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유한 계층에서 보다 더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아름다운가게 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호황에 뛸
듯이 기뻐하며 각자의 파트에서 성실하게 업무에 임했으며 결국 전성기 매출을
회복함은 물론 500억을 호가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2044년 현재 아름다운가게의 매출은 250억 수준, 전국 매장 100개, 50억을
배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 해 있다. 2035년 이후로 조금씩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다. 초기의 폭발적인 성장 후 600억 매출, 전국 220여개의 매장, 120억 배
분을 했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쇠퇴하는 듯 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과연 아
름다운가게는 쇠퇴하고 있는 것일까? 자세한 내막을 한번 살펴보자.
2014년 기준으로 아름다운가게의 매출액이 300억이었지만 전국적으로 봤을

때 10%정도의 매장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단순히 영리적인 입장에서 봤
을 때 그 10%의 매장은 폐업 대상이었겠지만 아름다운가게는 폐업을 결정하지
않고 대부분의 가게를 존속시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이유는 아름다운가게가
가지는 상징성과 조직이 추구하는 신념 때문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모두가
함께하는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라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저조하더라도 그 매장을 그 지역 내에 존속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
는 내부적으로 조율된 의사결정이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2035년
이후로 아름다운가게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미션이 조금씩 달성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석유 고갈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의 변화라는 면에서 뒤늦은 반성의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사람들
의 인식이 변화되고 행동이 바뀐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이라는 가치

에 눈을 뜨게 됐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추구하는 ‘순환 과 나눔’의 가치는 이제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절감하고 또 실천하고 있는 가치이다. 1982년 설립
된 비영리 국제 환경 연구 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RI)’의 한국 지사 설립을
유치하였으며, 국가적으로도 자원의 재활용을 위한 연구소를 설립한 후 아름다
운가게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전문 인력들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가게에서 장기간 근무한
인력들은 이 연구소로 제법 많이 이직해가게 되었다. 또한 예전에는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다분히 이미지 마케팅의 일환이었지만, 석유고갈 사건을 전후
로 ‘공존’을 염두에 둔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여기서도 역시 아름
다운가게 사회공헌팀에서 일하던 직원이 일반 기업 사회공헌팀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직한 이들은 일반 기업에서 참된 사회공헌을 실현

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이와 같이 아름다운가게의 매출액과 조직규모는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결코 아름다운가게는 쇠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름다운가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모인 나눔터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이 세상 속에
서 의미 있는 역할을 감당하는 기업으로 존속할 것이다. 만약 언젠가 ‘아름다운
가게’는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그 날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 안에 ‘나눔
과 순환’의 가치가 숨쉬게 되는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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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소셜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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